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많은 여신이 나온다. 이 여신들이 얽힌 이야기 가운데 많이 회자되는 것이 바로 파리스의 심판이다.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 받지 못한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문구가 적힌 황금 사과를 던지자 헤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나서 경쟁을 벌인 사건이 발생한다. 인격화된 여신들이 사이에서 벌어진 이야기 이므로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많이 녹아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 이 당시에도 아름다움(
)이라는 주제는 상당히 민감하면서도 재미있고 다양한 소재였던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선정하기 어려웠던 제우스는 파리스에게 판단을 넘기고, 파리스는 소아시아의 통치권을 보장한 헤라, 전투의 영광을 약속한 아테나를 제치고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 하도록 해주겠다고 공언한 아프로디테를 선택한다. 권력과 영광보다 아름다운 여인을 선택한 것도 아름다움이 얼마나 큰 가치인가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아름다움이 비단 옛날 이야기 속 주제만은 아니다. 최근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 가운데 누가 가장 잘 생겼는 지를 주제로 대국민투표와 세계 각국 투표까지 벌였으며,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도 더욱 예쁜 외모를 갖추기 위해 지금도 여러 가지로 외모 관리와 수술을 시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세월 동안 회자 되어 온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아름다움이 단순히 화려한 겉모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 이다.
 
 아름다움은 아름답다라는 형용사를 명사형으로 변형 시켜 활용한 단어이다. ‘아름답다를 국립 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 아름다움에 대한 첫 번째 정의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감각적인 만족을 주는 상태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평상시 우리가 아름답다라고 하는 대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예쁜 연예인을 보고 즐거움을 얻고 좋은 노래를 듣고 만족을 느낀다면 그것이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매년 선발하는 미스 코리아나 미스터 코리아, 오래된 명곡 등이 모두 아름다운 대상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조금 더 깊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하는 일이나 마음씨가 훌륭하고 갸륵하다. 상당히 애매하고 낯선 느낌을 주는 표현이다. 첫 정의는 겉모습에서 느껴지는 감각적인 요소를 말하고 있지만 두 번째 정의는 그 대상을 겪어보고 접해보고 나서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훌륭하고 갸륵하다 라는 표현도 우리가 쉽게 붙일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결국 두 가지를 종합해 보면 아름다움이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감각적으로 만족스러우며 그 내면 또한 착하고 장하여 나무랄 데가 없는 대상에게 붙일 수 있는 최상의 칭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주위 사람들에게 아름다움 혹은 미 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가운데 몇은 미스코리아가 아무래도 우리나라 미의 표준이 아니겠느냐 라는 말을 했고, 혹자는 봤을 때 숨이 멎을 듯 하며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고개가 끄덕여지면 그것이 미 아니겠느냐는 표현도 했다. 물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이 두 이야기는 모두 겉모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를 시작하는 데 있어 속되게 하는 표현으로 본선과 예선이라는 말을 한다. 겉모습에 대한 기준치를 넘는 것이 예선이므로 예선을 통과하지 못할 겉모습이라면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는 본선은 올라가지도 못 하는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렇듯 우리는 누군가를 판단하고 아름답다는 말을 할 때 어쩔 수 없이 드러나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기준은 많은 사람들이 예쁘고 멋있다고 찬양하는 연예인이나 한동안 미의 기준이 되어왔던 미스코리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준은 시대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많이 변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미인은 쌍꺼풀이 없이 찢어진 눈에 짙은 눈썹, 하얀 피부에 붉고 조그마한 입술을 갖춘 단아한 상을 말했으나 요즘에는 남녀 공이 크고 도드라진 눈에 강한 눈매, 살짝 도톰하여 도발적인 느낌을 주는 입술, 오뚝한 콧날과 날카로운 턱 선 그리고 탄탄한 몸매를 갖춘 모습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듯 하다. 물론 이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으나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이런 기준에 맞춰서 연예인이 대량 생산되다 보니 조금씩 이 기준에 굳어지고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 하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내면의 아름다움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까. 이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어려울 듯 하다. 흔한 연예계 가십들을 보면 예쁘장하고 잘생긴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형편없는 경우가 많고, 잘 생기고 실력도 좋던 운동 선수가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렇게 멀리 보지 않더라도 자신 주위에 단정하고 깔끔한 겉모습과 달리 표현이 거칠고 행동이 부적절하여 훌륭하지 않고 갸륵하지 않은 사람이 없지 않다. 또한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내포하는 개념 또한 상당히 방대하다. 단순히 착하다가 아니라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하려는 이에게 부합하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아름답다는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흔히 하는 말이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겪어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맞는 듯 하다.


 즉, 겉모습에 대한 평가와 기준은 상당히 통일되어 있고 획일적이므로 표준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비슷하지만 다른 아름다움의 기준인 하는 일과 마음씨, 소위 내면적인 아름다움은 누가 평가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언제 보느냐에 따라 다르면 어떤 관계에 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이고 다양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아름다움은 한가지 의미로 정의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하는 미의 기준이라면 일단 예선, 다시 말하자면 외모가 예쁜 것이 우선이다. 쉽게 말하자면 지금은 미스코리아보다는 김태희와 원빈이라는 연예인으로 대표되는 외모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하는 외모의 기준이 될 듯 하다. 하지만 이와 달리 성격이나 품성과 같은 것을 뜻할 내면의 아름다움은 천명이 있다면 천 가지 기준이 있고 만 명이 있다면 만가지 기준이 있는 변수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착한 사람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조금 거친 성격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오히려 나쁜 성격에 끌린다고 하니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서로에게 어울린다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 까 하는 생각도 든다.

 

Posted by 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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