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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21 [세상]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비록 나는 당일이 아닌 13일에 부재자 투표를 마쳐 마지막 토론회를 대충 보는 등 관심이 조금 떨어져있었지만

역시 대선 당일, 바로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는 현장에서까지 관심을 접을 수는 없었습니다.

접전, 박빙이라는 단어들이 수놓아진 이번 대선전이었지만 보통은 보수 대결집을 통해 박근혜후보가 이길 것이라 예측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젊은 층, 스스로 진보라 생각하는 층에서 투표율을 높혀 보수결집에 조금이라도 반발해보자라는 운동을 꾸준히 했던 것일 겁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가장 많이 오고간 SNS 여론만 보자면 문재인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죠.

 

그리고 결론은 역시나 예상대로 였습니다. 5-60대 그리고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실히 지키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투닥거릴 동안 세종시와 경제 현안 같은 국민적인 관심거리에 대한 정책에서 확고한 우위를 선점한 박근혜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대선입니다. 게다가 가장 싱겁게 끝난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대통령이 얻은 득표율보다 훨씬 높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말입니다.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과반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벌써 생기고 있더군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 첫 과반은 아닌거 같습니다.

아, 첫 부녀대통령이라고도 불리게 만든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 바로 고 박정희 전대통령도 과반이었지요 아마? 심지어 9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대단한 가문이죠. 부자도 아니고 심지어 부녀가 대통령을 하고, 유이하게 과반을 기록한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아버지가 암살당하고 한 세대가 지나 그 딸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이끌게 되었네요.

재밌게도, 아버지가 군사정변을 일으킨 날은 5.16 이고 딸이 얻은 득표율도 51.6% 랍니다.

 

첫 과반 대통령꼐서는 18년 동안 장기집권하였고, 영원한 권력을 노리다가 암살을 당하셨죠. 우리나라 민주화에는 확실히 악영향을 준 분입니다. 하지만 그 18년 동안 말도 안되는 경제성장을 보여주었고, 혹자가 말하듯 한반도에서 한번도 해결하지 못헀더 보릿고개마저 해결한 분입니다. 돌아가신지 30년이 넘었으니 지금 우리가 평가할만도 한데, 여젼히 역사가 평가해줄 것이라며 이 분에 대한 평가는 항상 보류하고 있죠. 물론 각 진영별로, 각 사상별로, 각 지역별로 평가를 내리고 있긴 하지만 워낙 생각이 다르다 보니 국민적인 공감을 얻는 평가는 여전히 없어보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것도 역사인데, 언제까지 미뤄질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이런 혼란스러운 과거를 해결하지 못한채로 그 따님이 대통령에 당선 되었습니다.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세습해주었죠.

 

비지지자에게 수첩공주니, 독재자의 딸이니 하며 비판을 많이 들었지만, 오히려 지지자 입장에서는 여러번의 선거에서 자신들에게 승리를 안겨다 주었다는 점과 일부 지역에서는 탄신제까지 지내고 있는 고 박정희 전대통령의 모습이 보이는 그 따님이라는 점이 상당한 매력과 장점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이 투표율과 득표 비율에서 드러났죠. 상당히 높은 투표율은 어느 쪽이든 관심이 많았다는 걸 반영합니다. 그리고 나이대별로, 지역별로 극명히 갈린 득표 비율에서 극단적으로 엇갈린 평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2-30대와 5-60대 사이에서 말이죠. 호남, 영남 갈라진거야 우리나라가 산업화하면서 부터 벌어진 간극이니 이걸 메우려면 그 두배의 시간을 필요할테니까 일단 논외로 치더라도말입니다.

 

역사가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유신독재라는 아버지의 잘못을 이해하고 그 딸에게는 다시 한번 나라를 이끌 기회를 준 대인배들일지, 과거를 잊고 권력을 세습해준 아둔한 무리일지, 아니면 정말 배경, 역사를 떠나 그 사람이 가진 능력과 사상, 정책으로 대통령을 뽑은 첫 선거로 기억될지.

이에 대한 평가야 말로 역사에게 맡겨야 할 거 같습니다.

당선이 확실해진 후 광화문에 연설을 하러 온  박근혜 후보에게 한 아나운서가 한 말이 기억이 납니다.

대통합, 민생, 약속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박근혜 후보에게 그 말씀 꼭 지켜주시길 바란다던 말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대통합은 어려워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다음 대통령 당선자는 정해졌고 이제 그 사람을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된 정권에 대한 심판은 5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고, 5년 이라는 기간은 천지가 반은 변하고 세상이 반은 개벽할 수 있는 기나긴 시간이니 말이죠.

 

아버지의 장점만을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여 오라. 라는 말을 다시 하지 않게 말이죠. 서울의 봄을 우리가 다시 우짖지 않도록 말입니다.

 

2012년 12원 20일 밤.

Posted by 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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